본문 바로가기

사진과 글 /풍경갤러리

정지용 시인의 '향수' 그리고 한산도가 있는 풍경

향     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한산도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한산대첩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_기념비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_기념비2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by 레몬박기자

레몬박기자 카메라여행 바로가기 클릭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추천 하트 한 번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