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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 /자유갤러리

문창극 총리내정자가 강연한 동영상 전체를 보니 친일파라 하긴 어렵지만

문창극의 동영상 끝까지 다 보니 그의 세계관에서 드러나는 세 가지의 문제



지금 문창극 총리 내정자 문제로 정치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가 기독교 교회의 장로로서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서 한 발언 때문에 그의 사상과 가치관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문창극의 발언을 편집 보도한 KBS에 대해 문창극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또 여론에 밀려 유감을 밝힌다는 정도의 사과도 했지만, 그는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 철회하거나 사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김무성 의원같이 친일적인 역사관을 갖고 있는 이들도 문창극 내정자의 발언에 대해 전체 내용을 보지 못해 말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유보 상태이며, 문창극을 내정한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다.

그런데 이런 여론의 질타와는 달리 그가 한 강연의 전체를 봤을 때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KBS의 보도를 두고 악의적인 기독교 탄압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도대체 문창극이 한 강연이 어땠길래 그랬을까? 그래서 필자는 페이스북에 링크되어 있는 그의 강연을 모두 들어보기로 했다. 상당히 긴 시간을 정말 열심히 들어본 결과 기자는 다름과 같이 생각한다. 

1. 그는 친일파일까? 

그가 한 강연 전체 내용을 봤을 때 그를 딱히 친일파로 지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의 발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친일파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뉴라이트와도 차별이 있어보인다. 뉴라이트와 기존의 친일파들은 이전 일제의 침략과 일제에 의한 강제 병합을 합리화하거나 미화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일제에 의한 통치가 이 나라의 근대화를 이루는 초석이 되었다는 식으로 말한다. 

문창극은 어떨까? 그는 일제 식민지를 이전 조선이라는 나라, 그 왕조가 부패하여 망하게 되었는데, 그런 나라를 살리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연단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마치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범죄하니 그들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광야의 40년이라는 시련을 통해 그 민족을 새롭게 한 것처럼 우리도 그 이전 조선이라는 부패한 나라를 살아왔던 잘못된 습관과 체질을 일제 35년이라는 시련의 세월을 통해 개선시킨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시련은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이해하기에 일제 식민지도 하나님의 뜻이라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2. 한국전쟁과 공산화 그리고 친미주의자 

도리어 그를 친미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어떨까? 이는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 생각한다. 현재 한국교회의 많은 이들이 미국을 하나님 나라 내지 천국의 대리인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아무래도 한국의 선교에 미국이 가장 많은 선교사를 보내왔고, 한국교회가 이런 미국의 지원하에 성장했기에 친미적인 성향이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공산주의를 적그리스도로 이해하고, 이들과는 상종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공산화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신앙의 문제로까지 이해하고 있는 실정이기에 한국의 분단과 한국전쟁을 공산화를 저지하기 위한 하나님의 뜻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문창극 내정자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3. 도대체 그 강연에서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 강연을 끝까지 들어보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하다. 그는 기독교로 인한 국가개조를 말하고 있다. 그가 이전 조선에 대한 각종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며, 조선 사회 체제의 부조리 때문에 우리 백성들이 게을러졌고, 희망이 없는 민족성을 가졌다고 탄식한다. 공산주의를 비판하면서 공산주의 역시 사람을 게으르게 하고 소망이 없는 사회를 만든다. 그러므로 이제 기독교가 그런 게으름과 소망이 없는 사회 문제를 타파하고, 건강하고 성실하며, 잘사는 나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 일은 기독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니,우리 기독교인들이 이렇게 이 민족을 개조하는데 신앙의 힘으로 앞장서야 한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요지이다.


4. 그렇다면 그의 강연은 문제가 없는 것인가? 

아니다. 그의 강연은 상당히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그는 우리 역사에 대해 너무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그가 선교사들을 통해 조선말의 사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 부분은 대부분 사실이다. 그런데 그 말기적 현상만으로 두고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최소 500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한 왕조가 500년의 역사를 이어온 것은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다. 어느 나라이든 생성과 멸망이 있다. 멸망할 때는 망할 이유가 존재하고, 그 말기적 현상은 상당히 비관적인 모습이다. 조선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500년 역사의 조선을 그리고 그 이전의 우리 민족의 역사를 도매급으로 게으른 백성을 양산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쓸모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폄하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선진국에 대한 사대주의적 태도 
그는 조선의 말기적 상황을 통해 선진국에 대한 서양 사대적인 사고가 엿보인다. 그가 조선의 말기적 상황에 대해 예를 들고 있는 출처가 선교사의 보고서와 윤치호라는 인물이 말한 것에 한정되어 있다. 즉 그 사회에 대한 시각이 편향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이라는 사회를 너무 비하시키고 있다. 그래서 명성황후라 하지 않고 계속 민비라고 하고 있고, 고종 황제를 부를 때 황제라는 칭호를 감히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경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독립협회에 대해서도 경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고종황제가 시도한 국가개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고, 명성황후가 생각했던 민족자주에 관한 태도 역시 말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조선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 안에는 서양의 선진국들은 문제가 없는 나라,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대단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모습은 한없이 비하시키고, 남은 한 없이 높여 보이는 것, 이것이 바로 사대주의인 것이다. 나는 그의 강연에서 가장 불편하게 느꼈던 것이 바로 이 사대주의적 태도였다. 

셋째, 인문학에 대한 편견
그는 윤치호의 말을 인용하여 당시 지식인과 지배계층의 유학실태를 비판한다. 일본이나 영국 미국에 유학한 이들이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실용적인 기술이나 과학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사회학 철학 역사 문학 이런 인문학에 더 큰 관심을 두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게으름이라고 그는 비판한다. 이것 역시 윤치호의 말을 인용하여 비판한 것인데, 윤치호의 말이라고 하지만 이를 인용할 때는 그도 같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엘리트들이 유학해서 배운 결론은 사회주의였고, 이 나라가 이대로 갔다면 공산주의화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다. 

그러면서 공산주의에 대해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 이는 정말 초등학생보다 못하지 않나 싶다. 그래도 중앙일보 주필을 지낸 사람인데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이런 정도로밖에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면... 그의 말을 듣다보니 이런 말이 절로 생각난다. "무식해서 용감하다" 

사실 기독교에서 문창극과 같은 시각으로 우리의 근대사를 보는 이들이 참 많다. 그래서 아마 이들은 문창극의 강연이 무슨 문제가 있다고 하느냐고 강변할 수 있다. 기자도 이런 내용의 강연을 교회에 많은 들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기 위해서 그들이 이해하고 있는 역사는 편견과 왜곡에 차있고, 단편적이라는 것이다. 

문창극의 강연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식의 역사적 사료로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치우쳐 있으면 앞으로 이 나라의 통일과 그 미래에 대한 발전적인 전망을 하기 어렵다. 현재 문창극 내정자에게서 우리가 판단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과연 그가 이 나라의 총리로서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기자가 보기에 총리로서 적합하기 위해서는 그는 자기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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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린대로 거두는 법









by 레몬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