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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시, '그대 있음에' 그대 있음에 –시, 김남조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 시 ] 깊은 밤 깊은 밤 황 주석 큰 별 하나 반짝반짝 어두운 밤하늘에 어느새 그려보는 사랑스러운 얼굴 작은 별들 찾아와 은하수 물결 하늘에 수를 놓고 구름 좇아 흘러가는 별 애타는 마음 그지없어라 빛을 잃은 흰 구름 캄캄한 밤에 밝아오는 새벽하늘 임을 찾아서 영롱한 이슬 꽃 물고 별을 그린다 眞 如
김용택 시 '그리운 꽃편지' 그리운 꽃편지 봄이어요 바라보는 곳마다 꽃은 피아나며 갈 데 없이 나를 가둡니다. 숨막혀요 .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이 파고들어 내 몸은 지금 떨려요. 나 혼자 견디기 힘들어요.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싫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어요. 꽃 지기 전에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산 보셔요. 꽃 피어나지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제 생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곳 그 순간에 내가 곷 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갈 수 없어 꽃그늘 아래 앉아 그리운 편지 씁니다. 소식 주셔요. -시, 김용택
다른 것은 옆에 잠들어 있는 아내의 고른 숨소리입니다 다른 것은 -문익환 자정이 지났습니다. 밤의 숨결에서 새벽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방바닥이 따스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닙니다. 손때 묻은 책들이 두 벽을 메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닙니다. 옷장이 있고 아내의 경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닙니다. 당장이라도 부엌에 나가 커피를 끓여 먹을 수 잇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닙니다. 감방과 다른 건 그런 게 아니고 옆에 잠들어 있는 아내의 고른 숨소리입니다. 아내의 숨소리를 원고지에 곧 옮길 수 있다는 것도 다르다면 퍽 다른 일입니다. -문익환의 시 '다른 것은 '
울산 암각화전시관의 풍경 돌 돌은가벼이 움직이지 않는다. 자기보다 더 무거운 무게로주어진 자리를 지킨다. 황야에 버려진 돌,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돌, 그래도 돌은지평의 한 모서리를 눌러흔들리는 숲,날으는 새의 균형을 위하여주어진 자리에 무게로 앉는다. 오직 돌 하나 되기 위하여창세기의 지층에서20세기의 황야에 나앉기까지어둠을 견뎌온 인내.묻혀온 세월의 아픔을 담아더 이상 빈 자리가 없는 고밀도의 알맹이. 물에 젖어도 부풀지 않고불에 타도 재가 되지 않는초월하는 힘,가장 든든한 터전의 기초. 오늘은 푸른 하늘과 마주 앉아말없이 보여준다.절대의 평화. -송순태- 사진 = 울산 암각화전시관 by 레몬박기자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_홍류폭포에서 폭 포 폭포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向)하여 떨어진다는 의미(意味)도 없이 계절(季節)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고매(高邁)한 정신(精神)처럼 쉴사이없이 떨어진다.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瀑布)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幅)도 없이 떨어진다. -김수영 사진@신불산 간월재 홍류폭포에서 by 레몬박기자
옹달샘 곁에 앉아 옹달샘을 들여다보네 옹달샘 곁에 앉아 옹달샘 곁에 앉아 올달샘을 들여다보네 옹달샘에 빠져 있는 내가 보이네 찔레나무와 함께 빠져있네찔레나무에 앉은 잠자리도 함께 빠져있네하늘이 그런 우리를 뒤에서 받쳐주고 있네한가득 옹달샘에 빠진 채 받쳐주고 있네 가라앉지 못하게 온몸으로 받쳐주고 있네 사진@간월재에서 by 레몬박기자
시로 쓴 낙엽 -김상옥 낙엽 맵고 차운 서리에도 붉게붉게 타던 마음 한 가닥 실바람에 떨어짐도 서럽거늘 여보소 그를 어이려 갈구리로 긁나뇨 떨어져 구을다가 짓밟힘도 서럽거든 티끌에 묻힌 채로 썩일 것을 어이 보오 타다가 못다 탄 한을 태워줄까 하외다. - 김상옥 바위에 떨어진 낙엽 그 색을 지웠다. 사진= 신불산 간월재 by 레몬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