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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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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의 시 '기다림'_ 아들아 눈감고 기다려라 기다림 - 문익환 아들아 눈 감고 기다려라 비닐 창밖으로 주르륵주르륵 빗소리 나며 죽은 하늘 희뿌연 아침이면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서서 눈 감고 기다려라 청진 원산 속초 울지 앞바다에 피를 토하며 모래불을 어루만지는 나의 마음 네 마음에 화끈 솟아나리라 높은 산 깊은 골 핏자죽을 찍으며 더듬어 오르다가 설악산 등성이에 쭉 뻗어 버린 너의 기다림이 눈시울을 적시며 두만강 가를 서성이는 네 형 문석이의 터지는 가슴으로 불끈 솟아나리라 아들아 온 세상이 이리 구중중한 아침이면 네 염통 쿵쿵 울리는 소리 들으며 눈 감고 기다려라 모든 걸 버리고 기다려라 모든 걸 믿으며 모든 걸 사랑하며 기다려라 사진@레몬박기자
문익환의 밤비소리 _비오는 날의 풍경 밤비 소리 - 문익환 김윤식, 김현의 '한국문학사'를 읽다가 깜빡 잠이 들었었나 봅니다. 누가 부르는 것 같아 눈을 뜯으며 창가에 나왔더니, 그건 천지를 뒤덮는 밤비 소리였습니다. 감시탑 조명등 불빛에 빗줄기들의 가는 허리가 선명합니다. 무지개가 서고 비들기를 날리려면 오늘 밤새, 내일도 모레도 며칠 더 쏟아져야 할 것 같군요? 밤비 소리가 왜 나를 불러냈을까? 나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입니다. 빗소리가 점점 세어져 갑니다. 선창 밑 어디 잠짝들 틈에 끼여 코를 골고 있을 요나를 깨우기라도 하려는 듯 빗소리가 이젠 마구 기승을 부리는군요. 나는 눈을 가늘게 떠 봅니다. 흥건히 젖은 속눈썹들 사이로 비쳐 드는 불빛이 비에 젖어 밤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입니다. 밤이 울고 있습니다. 내가 대여섯살 되던 때의..
다른 것은 옆에 잠들어 있는 아내의 고른 숨소리입니다 다른 것은 -문익환 자정이 지났습니다. 밤의 숨결에서 새벽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방바닥이 따스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닙니다. 손때 묻은 책들이 두 벽을 메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닙니다. 옷장이 있고 아내의 경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닙니다. 당장이라도 부엌에 나가 커피를 끓여 먹을 수 잇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닙니다. 감방과 다른 건 그런 게 아니고 옆에 잠들어 있는 아내의 고른 숨소리입니다. 아내의 숨소리를 원고지에 곧 옮길 수 있다는 것도 다르다면 퍽 다른 일입니다. -문익환의 시 '다른 것은 '
문득 문익환 목사님이 보고 싶다 문익환 목사님이 윤동주 선생님을 기리며 적은 시 오늘 문득 문익환 목사님이 생각납니다. 제가 존경하는 목사님입니다. 그분이 윤동주 선생님을 기리며 이런 시를 적었습니다. 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너는 스물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달 먼저 났지만 나한텐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 늙어 가는 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는다는 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