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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 /생태갤러리

김유정의 동백꽃은 이꽃이 아니라니까요

1936년에 처음 발표되어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는 대문호 김유정 집필의 단편소설. 

사춘기 시골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을 그려낸 작품으로, 

현대적 관점에서도 해학적 요소가 많고,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와 아름다운 순 한국어 단어를 사용한 김유정식의 작품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느 집엔 이거 없지? 너 봄 감자가 맛있단다.

"얘! 너 느 아버지가 고자라지?"

주인공은 '나도 한때는 걱실걱실히 일 잘 하고 얼굴 예쁜 계집애인 줄 알았더니 시방 보니까 그 눈깔이 꼭 여우새끼 같다.' 라며 점순이를 싫어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닭싸움 끝에 주인공네 수탉이 죽어가자, 

주인공은 홧김에 달려들어서 점순이네 수탉을 때려 엎어 죽여버린다. 

이에 점순이가 "왜 남의 닭을 죽이냐"고 나무라자, 

주인공은 "그럼 어떠냐"고 응수하고 점순이는 "누구 집 닭인데!" 라며 소리친다. 

 

 

그제야 현실을 깨달은 주인공이 '이제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엉엉 울음을 터트리는데, 

점순이가 앞으로 다가와 "다음부터 안 그럴거냐?"고 묻고 

"닭 죽은 건 이르지 않겠다"고 타이른다. 

그리고 주인공의 어깨를 짚은 채로 몸뚱이를 겹쳐 쓰러져 노란 동백꽃 속으로 파묻혀 버린다.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그런데 이 표현이 좀 이상타..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이자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부분 

노란 동백꽃? 알싸한 향기? 

동백나무 꽃은 조매화라 향기가 없으며 꽃도 빨갛다.
그런데 노랑 투성이의 배경 묘사와, 알싸한 향기라는 대목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많았더랬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 부분을 상징적인 것으로 해석했지만 .. 

 

 

 

 

동백꽃 문서에 있듯이, 이 소설의 동백꽃은 생강나무 꽃의 방언이다.

김유정의 동백꽃은 우리가 잘 아는 빨간 동백꽃이 아니라 생강나무꽃이다. 

 

by 레몬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