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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 /인물갤러리

모터쇼 레이싱모델 선정성 논란 근본적인 책임은?

이들이 ‘레이싱 모델 축소’를 씁쓸하게 느끼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모델로서 자기 일을 열심히 했던 것뿐인데, ‘성 상품화’를 부추긴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더라”라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는 ‘레이싱 모델=야한 이미지’라는 공식이 존재합니다. 레이싱 모델 출신의 배우 오윤아씨는 지난해 2월 티브이엔(tvN) <현장 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데뷔 초 레이싱 모델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노출신, 베드신 등 ‘벗는 연기’ 제의만 받았다. 심의 기준 때문에 (방송에) 안 나갈 걸 뻔히 아는데도 (감독의 요구로) 노출 연기를 찍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레이싱 모델들이 원하지 않았던 ‘야한 이미지’와 과도한 노출은 누구의 의지에 의한 것이었을까요?





레이싱 모델들은 ‘선정성 논란’을 야기한 근본적인 책임이 자동차 업체와 일부 비매너 관람객들에게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1세대 레이싱 모델 윤선혜씨는 “상의 탈의를 하고 무대에 서는 패션모델이나 전라 노출을 하는 누드모델이 ‘예술’로 여겨지는 데 견줘 레이싱 모델의 노출이 ‘성 상품화’ 논란에 휘말린 건 레이싱 모델의 사진을 누구나 찍을 수 있었고, 모델의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한 선정적인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걸 제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모델의 노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모습을 “누가 찍고, 어떻게 올리고, 어디에 사용하느냐”는 맥락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패션 모델들이 주로 서는 패션쇼장이나 화보 촬영을 하는 스튜디오는 전문적인 사진작가나 디자이너 등 제한된 인원만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나 모델의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반면 레이싱 모델의 사진은 레이싱 대회장이나 모터쇼 등에서 차량 홍보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촬영이 용인됐습니다. 특히 2000년대 접어들어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생긴 ‘찍사’ 문화를 통해 모델들은 악의적인 목적을 가진 일부 관람객들의 카메라에 무방비로 노출됐습니다.






윤선혜씨는 “일반인이 연예인의 신체를 (레이싱 모델을 촬영하듯) 가슴, 다리 부위만 찍어 인터넷에 사진을 올렸다면 소속사가 법적 대응에 나섰을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레이싱 모델을 촬영하고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소비 방식은 당시 기업들이 원했던 홍보 형태였지만, 결국 그 피해는 모델들에게 돌아갔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