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이 되니 거짓말처럼 오십견이 찾아왔다.
갑자기 왼쪽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팔을 들 수가 없다.
나에게도 오십견이 올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동안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해왔기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왼팔이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오른팔이었다면 삼시세끼 밥 먹는 것도 힘겨웠을 것이고
화장실에서 볼 일 본 후 뒷처리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병원에 가야 하나? 수술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지?
오십견을 잘 극복한 분들도 있지만 수술해서 고생 많이 한 분들도 주변에 있어서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내가 일단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보자며 동네에 있는 생활운동기구가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평소에 이런 시설을 보면서 이게 무슨 운동이 될까 싶어 경시한 것이라
거기서 아내가 시키는대로 하려니 솔직히 자존심도 상하고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았다.
팔을 아예 들 수가 없기에 아내는 일단 저 위 사진에 있는 원반돌리기 기구부터 시작하자고 한다.
손잡이를 잡고 빙글빙글 돌리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그냥 장난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당시 내게는 이거 돌리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한 바퀴 돌리는데 '악'소리가 났다. 전신에 식은 땀이 난다.
다행히 사람들이 없어서 덜 창피했지만 이런 내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그 날은 이를 악물고 억지로 10바퀴 정도 돌리는 것으로 끝을 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한 바퀴 더 .. 이런식으로 조금씩 개수를 늘려가니 어깨의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 2단계에 도전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기구 손잡이를 잡고 팔을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는 것이다.
왼팔을 뻗어 손잡이를 잡으려했지만 저 손잡이까지 팔이 올라가질 않는다.
오른팔로 왼팔을 받혀서 조금씩 올렸다. 다시 악소리가 나고,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른다.
너무 아프다. 아파서 눈물이 다 났다.
한 개도 제대로 하질 못했다.
그리고 이걸 또 매일 반복했다.
먼저 원반 돌리기를 한 후 팔들기에 도전.. 악 소리를 내며 겨우 한 개 성공하고 주저 않아 울었다.
울고 싶어 운 것이 아니라 얼마나 아픈지 그냥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한달을 도전하니 한 팔을 받히지 않아도 왼팔로 손잡이를 잡을 수 있게 되었고
반복해서 팔을 올리고 내릴 수 있게 되었다.
10개 하던 것이 50개 정도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이 아니라면 팔을 드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여기서 그치면 안된다.
3단계로 푸샵을 시작했다.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10개 .. 와 .. 이것도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다.
내 팔과 어깨 근육이 이렇게 상하도록 뭐했을까? 이런 자조감도 든다.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하는 푸샵도 이렇게 아픈데 .. 그런 아픔을 참고 개수를 늘려갔다.
팔과 어깨에 근육이 조금씩 붙는게 느껴진다.
그렇게 애를 쓴지 1년이 지난 지금은 왼팔 때문에 생활의 어려움은 겪지 않는다.
오십견이 완전히 치료되었다기 보다는 내 팔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나는 매일 이 세가지 운동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기계를 돌리지 않고 또 기름칠 하지 않으면 녹이 쓰는 것처럼
우리 몸도 그렇다는 것을 요즘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무지 아프다.
더 아프지 않게 평소에 몸관리 잘해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by 레몬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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