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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 /풍경갤러리

바람처럼 _김명관 시

바  람  처  럼 

 

- 시, 김명관 

 

 

 

골목을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라 

모퉁이를 돌아 천천히 걸어오는 바람처럼 

 

 

 

잎 떨구며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나무의 처진 어깨를 어루만지며 가는 바람처럼 

 

 

 

 

마음을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라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온기가 되는 바람처럼 

 

 

 

내 허리를 감치며 수풀 속으로 사라지는 바람이 아니라 

어두운 숲에서 빠져나오는 바람처럼 

 

 

 

회색 사막에서 고비 사막까지 

저 바이칼 호수 너머 타이가 산림지대 자작나무 숲까지 

끝없이 불어가는 바람이 아니라 

 

 

 

그 길목 지키고 선 사람과 나무의 김은 잠을 

가만히 흔드는 바람처럼 

 

 

부산 삼락공원 요트계류장

 

 

-출처 : 김명관 시집 '상수리나무 한 알' 중에서 

 

 

사진 @ 삼락공원 갈대 

 

by 레몬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