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과 글 /생태갤러리

수요일의 금잔화 _조정인의 시

수요일의 금잔화

 

  

   조정인



금잔화



 

일요일의 엷은 구름을 찢어 빚은 꽃들이

한 트럭분 실려 오네. 휴지처럼 둘둘 풀어 일용하는

우리들의 채색구름.

 

오늘, 귓불이 붉은 꽃들은

아침노을이 물든 어린 구름으로 빚었다지.

신선도 높은 구름샐러드를 주문하고

카페-애플 테라스에 앉네.

 

 

 

 



빈혈을 앓는 꽃들이 퀵서비스에 실려

사라진 애인들을 배송하러 떠나네.

 

엉덩이에 잎사귀처럼 달라붙은 팬츠

킬힐

퇴화된 날개 검정 깃털 같은 속눈썹을 껌벅이며

나의 노란 멀미들은 다 어딜 가시나.​

 

 

 

 



어떤 수요일의,

 

재[灰]로 빚은 꽃들은 만지면 부서져

조용히 가라앉네.

 

손바닥 위

 

무너진 사원 뒤뜰, 깨어진 제대 위에

작은 가시관이 놓이네.

 

옅은 한숨과 함께 가난한 고백이 흘러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