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금잔화
조정인
일요일의 엷은 구름을 찢어 빚은 꽃들이
한 트럭분 실려 오네. 휴지처럼 둘둘 풀어 일용하는
우리들의 채색구름.
오늘, 귓불이 붉은 꽃들은
아침노을이 물든 어린 구름으로 빚었다지.
신선도 높은 구름샐러드를 주문하고
카페-애플 테라스에 앉네.
빈혈을 앓는 꽃들이 퀵서비스에 실려
사라진 애인들을 배송하러 떠나네.
엉덩이에 잎사귀처럼 달라붙은 팬츠
킬힐
퇴화된 날개 검정 깃털 같은 속눈썹을 껌벅이며
나의 노란 멀미들은 다 어딜 가시나.
어떤 수요일의,
재[灰]로 빚은 꽃들은 만지면 부서져
조용히 가라앉네.
손바닥 위
무너진 사원 뒤뜰, 깨어진 제대 위에
작은 가시관이 놓이네.
옅은 한숨과 함께 가난한 고백이 흘러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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