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결혼한 지 26년 .. 꽤 오랜시간을 함께 살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아내 없이 산 세월보다 아내와 함께 산 세월이 더 오래일 것 같다. 알콩달콩 달콤살벌 쿵닥쿵닥 정말 그 시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우리는 전장을 함께 누비는 전우의 우정을 가졌고, 그래서 더 단단해졌다. 처음에는 남편과 아내였다가 이제는 아빠와 엄마가 되었다.
그 치열했던 전장에 평화가 깃든다. 아이들이 다 자라서 우리 품을 떠나 버리고 우린 빈 둥지 속에 그나마 남은 개 한 마리와 집 떠나는 것보다 있는 게 더 낫다는 계산 빠른 효녀 큰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래도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자식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에 위안을 갖는다.
어제는 결혼 26주년 여행을 떠났다. 다대포로 을숙도로 맛있는 것 먹고 마시며 걷고 또 걷고 ...
앞으로도 많이 걸을 것이다. 두 손을 꼭 잡고 때로는 팔장을 끼고, 두 눈을 맞춰가며 그렇게 걸어갈 것이다.
당신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사진 = 고요수목원에서 찍은 수국
by 레몬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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