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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 /생활갤러리

문익환의 시 '기다림'_ 아들아 눈감고 기다려라

기다림 

 

- 문익환 

 

아들아 

눈 감고 기다려라 

비닐 창밖으로 주르륵주르륵 빗소리 나며 

죽은 하늘 

희뿌연 아침이면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서서 

눈 감고 기다려라 

 

청진 원산 속초 울지 앞바다에 피를 토하며 

모래불을 어루만지는 나의 마음

네 마음에 화끈 솟아나리라 

 

높은 산 깊은 골 핏자죽을 찍으며 더듬어 오르다가 

설악산 등성이에 쭉 뻗어 버린 너의 기다림이

눈시울을 적시며 두만강 가를 서성이는 

네 형 문석이의 터지는 가슴으로 

불끈 솟아나리라 

 

아들아

온 세상이 이리 구중중한 아침이면 

네 염통 쿵쿵 울리는 소리 들으며

눈 감고 기다려라 

모든 걸 버리고 기다려라 

모든 걸 믿으며 모든 걸 사랑하며 기다려라 

 

 

 

물에 누워 물과 하나가 된 아들 

 

사진@레몬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