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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 /생태갤러리

나희덕 시 '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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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 나희덕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 꽃과 분홍 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 꽃과 분홍 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복사꽃@레몬박기자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by 레몬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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