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출시한 기아의 K9, K9을 부산국제모터쇼에서 만났다. 기아자동차의 대형 신차 K9, 오피러스를 대신하여 이제 현대의 에쿠스를 능가하는 대형차시대를 K9이 열었다. K9은 에쿠스의 뼈대를 공유한 덕분에 에쿠스와 실내 공간 크기를 결정하는 앞·뒤 바퀴 축간거리(3045㎜)가 똑같다. K9은 차체 폭과 너비도 비슷하지만, 전체 길이만 에쿠스보다 7㎝ 짧게 설계됐다.
K9은 현대차의 최고급차 에쿠스 플랫폼(차의 기본 뼈대) 위에 제네시스의 3.3L와 3.8L급 엔진을 얹고, 현대·기아차가 최근까지 개발한 각종 첨단 전자장치를 모두 넣어 만든 기아차의 최고급 세단이다. 기아차는 총개발비 5200억원을 투입하여 K9을 개발했고, K5와 K7에 이어 최고급 차종을 뜻하는 숫자 '9'를 넣은 K9을 내놓으면서 기아차의 'K시리즈'가 완성된 것이다.
K9은 그동안 새로 개발된 첨단 사양이 대거 추가됐다. 운전석 앞 유리창에 속도와 방향, 경고표시 등 각종 정보를 투사해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뒤쪽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차를 레이더로 감지해 위험을 알리는 '후측방 경보 시스템', 전자식 변속레버 등은 에쿠스에 없는 것들이다. 후륜구동차의 단점인 눈길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엔진회전 수를 낮춰 출발하는 '스노우 모드'도 K9에 먼저 들어갔다. 운전대를 붙잡은 손끝으로 오디오와 전화 등 각종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 햅틱 리모컨' 등은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에쿠스가 국내 세단 중 가장 큰 5.0L 엔진을 탑재해 국내 최고급 세단이라 불리지만, 첨단 기능만큼은 K9이 최고"라면서 "이 기능들의 가격을 합치면 엔진가격 차이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3.3L 모델이 5290~6400만원, 3.8L 모델은 6340~8640만원으로 결정됐다. 기아차는 "올 하반기부터 아시아 지역 수출을 시작하고, 중국·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도 K9을 판매해 벤츠·BMW 등과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년 K9의 판매량을 보면 출시 때의 기염을 토하던 모습과는 딴 판이다. 기아차는 지난해(2012. 5~12월) 당초 목표(1만8000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7599대밖에 팔지 못했다. 이례적으로 신차 출시 6개월 만에 판매촉진을 위한 신차교환 프로그램, 253만원 할인(개소세 인하분 포함) 등을 내걸었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전문가들은 K9의 실패 원인에 대해 먼저 ‘높은 가격’을 꼽았다. K9의 배기량은 제네시스와 똑같은 3.3L·3.8L로 에쿠스나 체어맨W보다 낮다. 하지만 K9(5228만~8538만원)의 가격은 동급인 제네시스(4338만~6394만원)을 뛰어넘어, 상위차종인 에쿠스(6880만~1억630만원)와 체어맨W(5564만~7792만원)와 비슷하다. 따라서 K9은 임원이 타기에는 너무 비싸고 사장에게는 급(배기량)이 다소 부족한 차가 돼버렸다.
또 차량에 적용된 첨단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원치 않은 옵션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거기다 신기술이라 선전한 것들 중 구기술에 속하는 것도 많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아차가 자랑하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차량 내 전화연결을 통해 지리·날씨·교통상황 등의 정보를 받는 기술) ‘유보(UVO)’는 완전 자동으로 길을 찾아주는 시스템이 아니다. 차량내 유보 버튼을 누르면 기아차 콜센터로 연결돼 상담원이 최종 목적지를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무선전송해주는 방식이다. 위성과 교통정보 수집장치를 이용해 목적지까지의 최단거리를 안내해주는 텔레매틱스 본연의 서비스가 아니라 사실상 수동으로 사람이 알려주는 구식 시스템이다. 이는 이미 제너럴 모터스(GM), 다임러 등 선진업체가 10여년 전에 상용화한 기술이다.
기아차 K9은 출시 전부터 현재까지 ‘디자인 카피논란’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잘롭닉(jalopnik)’은 ‘누가 봐도 모방이 명백한 자동차’로 K9을 꼽았다. 이 매체는 K9에 대해 BMW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GT)와 7시리즈를 반반씩 섞어놓은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릴 중간을 제외한다면 BMW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전문가들은 ‘브랜드 이미지’도 실패 이유로 꼽았다. 기아차나 K9이 고객들에게 명품이라는 인식을 주기에는 기업(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35% 수준으로 차량 3대 중 1대는 기아차다. 희소성이 생명인 명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사진과 글 > 행사공연갤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단백에 여자 피부미용에 좋고 소주 안주에 그만인 곰장어 구이 (2) | 2013.04.23 |
---|---|
뉴 컨티넌털이 전시된 벤틀리매장의 풍경 (0) | 2013.03.20 |
아반떼를 등지고 선 레이싱걸의 우아한 자태 (0) | 2013.03.11 |
독특한 포스를 뽐내는 기아의 트랙스터 역시 문제는 가격인가? (1) | 2013.03.09 |
늘씬한 미녀와 충전중인 아반떼 EV (0) | 2013.03.05 |